57세 간호학도 편입 열흘만에 자퇴…인권위 해당학과 교수전원 인권교육 권고
지난 3월 만학의 꿈을 안고 충남의 한 사립대 간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한 A(여)씨. 57세란 나이에도 꿈꿔왔던 간호사의 길에 한 발짝 다가가게 돼 기뻤지만, 편입 나흘 만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쳤다.
간호학과장은 같은 달 4일 A씨를 불러 상담하는 과정에서 "학생 나이가 많아 다른 교수들이 부담스럽다고 학과장실로 항의전화를 한다"며 "아무도 지도교수로 나서지 않아 내가 지도교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나이 때문에)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같이 병원 실습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학과장에게 강하게 항의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는 같은 달 10일 '나이가 많아 학교 측에서 부담스럽고, 실습을 재학생들과 같이 내보낼 수 없다고 함'이라고 적은 자퇴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나이에 의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진정을 했다.
학과장은 "간호학과 학생은 모두 실습을 나가야 하는데 병원에서 나이 많은 학생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어 다른 학생과 같은 병원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3∼4학년 때 300개 이상의 병상을 보유한 병원에서 1천 시간 이상 실습을 해야 하는데, 최근 간호학과가 급증해 실습병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이 싫어하는 학생을 보낼 수 없다는 게 학과장의 주장이었다.
이에 인권위는 교육기관에서 나이를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한 것으로, 인권위법 제2조 3항을 위반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고 5일 밝혔다.
인권위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하고자 한 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면서도 "A씨의 편입학 절차가 끝난 상황에서 실습병원 문제는 학과장을 포함, 학교 당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설사 병원에서 나이를 이유로 실습생을 구별하는 행태가 있더라도 학과장은 교육자로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편입 초기에 오히려 그 가능성을 언급하며 학생을 위축시켰다"며 "이는 A씨 자퇴의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인권위는 "학과장 외 교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간호학과 전체 교수에게 인권교육을 하라고 총장에게 권고했다.
대학 측은 부적절한 발언과 미숙한 학사지도의 책임을 물어 학과장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A씨가 낸 등록금 전액을 반환했다.
충남 홍성에 간호학과 있는 대학이 두개다.
반면에
만학도 울산대 간호학과 졸업 김셀라씨
예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간호사의 꿈을 펼치기 위해 울산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미국 국적 만학도 김셀라(63)씨가 화제다.
"나이는 들었지만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배움에 대한 용기가 생겼다. 고령화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꿈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한다."
지난 15일 울산대학교 제 40회 학위수여식에서 딸보다 어린 젊은이들과 함께 간호학과를 졸업한 미국 국적의 김셀라(Kim Selah)씨는 이학사 학위를 받고서 누구보다 행복해했다.
특히 전날 발표된 제53회 간호사국가고시 합격소식까지 접했던 터였다. 미국 이민자로서 고국에서 간호사의 꿈을 싹 틔운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 계명대 동산의료원 전신인 대구 동산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일했다. 그리고 1983년 부모가 살고 있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국제의료센터에서 아직도 메디칼 코디네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서서원(여·80)씨 등 과거 동료가 이날 졸업식에 직접 참석해 눈물로 축하를 해줘 기쁨은 더했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패션 디자인·상품화대학(The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을 졸업한 것을 바탕으로 지난 2010년 3월 재외국민전형으로 울산대 의과대학 간호학과 2학년에 편입했다.
"인생이 길어졌잖아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간호사의 길을 걷고 싶어 고국의 대학 진학을 결정했고, 울산대학교 설립자이신 정주영 현대 창업자님의 창학정신에 감동해 지원했는데 입학하는 행운까지 얻어 늘 감사한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했다."
김씨는 한국의 젊은 학생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3년 동안 대학기숙사 생활을 하며 기숙사 뒤의 문수산을 오르내렸다. 체력 덕분에 학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고 평균 3점대(만점 4.5)의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지도교수인 울산대 간호학과 문성미 교수는 "실습 때는 환자에 대한 기술적 접근능력이 탁월해 젊은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됐고 간호사국가고시를 앞두고 치른 4회의 모의고사를 모두 통과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삶의 의미를 찾아 한국에 온 나에게 고국은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한 기회를 주었다. 오늘의 성취는 제가 두뇌와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열정 덕분이었다"며 "누구라도 열정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이 '산'으로 '울'타리가 쳐진 도시라는 말을 듣고서 울산을 더욱 사랑하게 됐으며 학업의 기회를 준 울산대학교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남을 돕는 일을 하며 나누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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