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사찰’ 결국 현실로…3000명 개인정보 들여다봤다


경찰로부터 카톡 사찰을 받은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등 시민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받은 내용을 공개하며 공권력의 카톡 사찰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집회를 수사하면서 정진우(45) 노동당 부대표의 카톡 계정을 압수수색해 집회나 시위와 상관없는 대화내역과 지인 3000명의 개인정보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드러나 ‘카톡 사찰’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정진우 부대표뿐만 대화 상대방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등을 요구해 사실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광범위한 검열과 감시가 현실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같은 대화방에만 있어도 언제든지 개인정보가 수사당국에 유출될 수 있는 셈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사이버 망명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등 인권단체들은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활동했던 활동가의 카톡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주변인의 사생활까지 들여다본 것은 의도적인 인권침해다.

이는 단순한 압수수색이 아닌 광범위한 감시·사찰행위이며, 심각한 표현의 자유이자 사이버 검열이다”고 규탄했다.
인권단체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정진우 부대표는 지난달 18일 종로경찰서로부터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집행사실 통지’를 받았다. 그는 지난 6월10일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6·10 청와대 만민공동회’를 열고 청와대행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나 수사를 받았다.


경찰이 보낸 통지서에는 지난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40일 동안의 정진우 부대표의 카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 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 전체를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압수수색 당시 정진우 부대표가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에는 현금카드 비밀번호, 재판과 관련해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 초등학교 동창들과 나눈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쌍용차, 밀양 송전탑, 국정원 대선개입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대화도 담겨 있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투쟁상황이 공유됐고 대책회의, 대응방안 등도 오갔다고 했다.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친구는 3000명가량이다. 정 부대표는 개인 카카오톡 대화와 함께 단체 대화도 나눴는데 500명 이상 규모의 대화방 4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하고 지난 5월 집회에 참가했다가 연행된 용혜인씨도 카톡 사찰을 당했다. 인권단체들은 “용씨에 대해 실시한 카톡 사찰 내용 목록에는 맥(MAC)주소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맥주소는 통신을 위해 랜카드 등에 부여한 고유번호로, 맥주소를 알게 되면 기지국 접속정보와 접속위치 등을 추적할 수 있다. 경찰은 용씨의 대화 상대방 카톡 아이디, 별명, 가입일, 인증 휴대전화 번호, 주고 받은 대화 내용 및 사진 정보, 동영상 정보 일체를 요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8일 ‘사이버허위사실유포전담수사팀’을 발족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발생하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직접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시민들의 불안을 증폭시켜 서버가 외국에 있는 텔레그램 등으로의 ‘사이버 망명’을 가속화시켰다.


 



텔레그램 ‘사이버망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국무회의 발언 이후 시작됐다. 대검찰청은 이틀 만에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 등을 통해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 선언했고,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벌어졌다. 카카오톡은 다음과 네이버와 성격이 다르다는 우려가 쏟아지자, 검찰은 해당 서비스를 모니터 대상에서 제외시켰으나 법원 영장발부를 통한 개인 채팅방 대화가 언제든 수사당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1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명예훼손 수사를 구실로 한 인터넷 검열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모독 발언에 대해 “국민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대통령의 명예보다 무겁다”고 일갈했다.





“검찰 내 정권비호 명예훼손 전담팀만 2개…카톡, 당연히 사찰대상”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박경신 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검찰 내 2개의 명예훼손 전담팀이 존재하고, 두 팀 모두 정부 입장에 반하는 글들을 감시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모독’ 발언 이후, 지난달 18일 발족한 첨단수사팀 이외에도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만만회 발언과 <산케이> 신문의 잃어버린 7시간 보도를 전담을 위해 관련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박 소장의 설명이다.

박경신 소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카톡’과 관련해서도 “당연히 수사대상”이라면서 “검찰은 네이버와 다음, 카톡에 대해 상시감시하겠다고 했다가 질타가 이어지자 한 발 뺐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검찰의 보도자료에 ‘전자정보 압수 등을 최대한 하겠다’는 부분은 카톡을 포함한 문자메시지 등 사적 공간까지 수사를 하겠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박경신 소장은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 정부의 입장과 어긋난다고 해서 형사처벌하려 한 대표적 사례는 MBC <PD수첩> ‘광우병 편’이었다”면서 “그리고 이명박 정권 말에는 민간사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합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사이버 상시감시로 인한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에 대해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는 “왜 위축되느냐. 아무 문제없는 글을 쓴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서도 박경신 소장은 “검찰은 무엇이 명예훼손이고 무엇이 모욕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경신 소장은 “MBC <PD수첩> 제작진은 검찰에 의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체포됐었고 7개월 치의 이메일이 수사당국에 넘어갔다”며 “그런데, 법원의 최종 판단은 무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소 내용은 다르지만 미네르바 박대성 씨는 검찰의 기소로 인해 감옥에서 100일을 지냈다. 그렇지만 역시 무죄판결을 받았다”면서 “과연, 검찰에서 자신 있게 국민들에게 ‘너희가 잘 알아서 죄가 될 글을 올리지 말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참가자 또한 “법조인으로서 수준이하의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고위공직자 비판은 폭넓게 허용된다는 대법원 판례 정면 위반”

참여연대 정민영 변호사는 검찰의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에 대해 “보수 언론조차도 ‘자충수’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을 정도로 대통령 등 권력 비호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민영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비판은 폭넓게 허용되어야한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결이다. 그런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면서 “상시 모니터라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은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없이도 수사를 하겠다는 의미이다. 세월호나 천안함, 국정원 대선개입 등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면 그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카톡 사찰에 대해서도 “검찰은 ‘영장청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이명박 정부에서 사회적 충격을 줬던 ‘민간 사찰’을 공개적으로 재개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정민영 변호사는 끝으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은 많은 인권 선진국들에서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엔인권위원회 등 국제기구 또한 우리나라에 여러 차례 제외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공적 인물의 명예를 국가가 지켜주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김진태 검찰총장에 <명예훼손 수사를 구실로 한 인터넷 검열 중단을 요구합니다> 요구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의 서영석 전 서프라이즈 대표 그리고 표창원 전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또한 ‘입막음 용’이라는 입장이다.

카톡 사찰 가능은 하지만 복잡하고 영장나와도 잘 안해준다 설명중인 다음 카톡 이석우 대표.

Posted by 홍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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