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에 자살" 서울시 상수도연구원 여직원, 감사
결과 대다수 사실로 밝혀져]

서울시는 산하 상수도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여성 공무원이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해 자살한 사건을 자체 감사한 결과 대다수 사실로 확인돼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8월 31일 해당 공무원의 유족은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당 공무원 A씨(30)가 성희롱으로 인해 우울증을 앓다 죽었다며 시와 인권위에 진정을 냈었다.

지난해부터 A씨가 회식 자리에서 동료·상사로부터 "누드 사진을 같이 보자" “같이 모텔에 가자”는 등의 성희롱 발언으로 괴로워하다가 우울증이 심해져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가 성희롱사건을 감사한 결과 혐의 내용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술에 취한 연구사 B씨는 A씨에게 “모텔 같이 가자”란 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0월에는 C씨가 A씨에게 “왜 나랑 같이 자게?”라 했고, 11월에는 “누드 동영상을 보내줄까” 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서 관리자 D씨는 지난해 11월 당시 A씨와 성희롱 관련 고충 상담을 한 후에도 부서 내 가해자가 누구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피해자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는 인사위원회에 사건 관련자 3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중징계 요구에 따라 이들은 최소 정직 또는 강제퇴직까지 처분을 받을 예정이다.

부하직원에 대해 성희롱 보고를 받고도 피해자 보호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장·부장에게도 책임을 물어 각각 중·경징계를 요구했다.

시는 막말 등 언어폭력이나 성희롱 행위자에 대해 ‘무관용 인사원칙’을 적용하는 등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희롱과 언어폭력 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즉시 직무에서 배제하거나 전보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부서장 연계 책임제도 시행해 관리자의 관리 부실이 확인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시는 또 내부신고 핫라인을 현행 여성가족정책실장에서 기관별 기관장까지 확대해 상시 신고가 가능토록 강화한다.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은 직원들에게 서한문을 보내 “언어폭력, 성희롱 행위 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강화된 징계 절차를 적용하고, 부서장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연계책임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쟨 뭐임.


[성희롱 당시에도 예방교육 이뤄져, 무용지물… 가해자 징계·피해자 보호도 미흡]

서울시 산하 상수도연구원의 공무원 A씨(30)가 성희롱으로 자살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성희롱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서울시의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해 직원들에 대한 징계와 피해자 보호, 사전예방 교육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성희롱 사건은 서울시 2건, 자치구 4건, 투자·출연기관 4건으로 총 10건이다.

그 중 파면된 1명과 자진 사표를 낸 2명 외의 성희롱 가해 직원은 모두 재직 중이다. 이들의 세부 조치결과를 살펴보면 △훈계 1명 △감봉 3명 △정직 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3건에 대해선 징계가 없었고 자살한 A씨의 경우도 성희롱 가해 직원들에 대한 별도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상수도연구원 관계자는 "가해직원들이 공식 사과한 후 A씨도 수용한 상태여서 그렇게 마무리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하면 마무리 하도록 절차가 돼 있다는 설명이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도 미흡하다. 한 건물에서 재직 중인 한 성희롱 피해자는 가해직원과 마주쳐야 하는 일이 생긴다.

올해 3월까지 A씨와 가해 직원 2명은 심지어 같은 부서에 있었다. 다른 가해 직원 한 명은 애초부터 타 부서였다.

전문가들은 성희롱을 당한 이후에도 같은 부서에서 매일 대면하는 상황 자체가 큰 고통이었을 거라 지적했다. 피해자 보호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이현혜 교수는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같이 근무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해당 부서 다른직원들의 시선도 피해자보다 힘이 있는 상사에게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 호소가 한 번에 끝나는게 아니라 받아들여주는 분위기에서 계속 말할 수 있는데 가해 직원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털어놓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수도연구원은 지난해 8월과 사건 당시인 11월, 올해 4월에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A씨는 입사 이후 지난해 8~12월까지 성희롱을 당했다. 서울시와 상수도연구원이 행한 성희롱 예방교육은 성희롱 발생을 막지도 못했고 자살이란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기 전 A씨가 대응하는데 실질적 도움도 안 됐다.

상수도연구원 관계자는 "성희롱은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게 중요하다는 취지로 사건 당시부터 올해까지 3번 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성희롱 예방 교육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빠른 시간에 재미 위주로 행해지는 경향이 많은데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Posted by 홍골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