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창호)는 재개발사업 업체 선정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재개발조합장 권춘식씨(61)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잠실 재개발조합장 권춘식씨는 지난해 재개발 정비사업 업체 1곳으로부터 전문관리업체로 선정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달 24일에는 송파구 잠실동 소재 재건축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잠실 재개발조합장 권춘식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2일 오후 2시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서울 강남권 중에서도 최고의 입지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가 최근 스웨덴식 복지모델 등, 최근 서울시의 정비사업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하는 재건축계획안을 내놓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민·지역사회·종교단체·서울시가 함께하는 제3섹터방식의 스웨덴식 복지타운 건설 방안을 내놓고, 거기에 노인·어린이 복지시설 등을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는, 이른바 ‘복지기부채납’ 개념을 도입한 것.

잠실 재개발조합장 권춘식씨는 “주민은 땅과 건물을 기부하고, 지역사회와 종교단체 등이 참여하여 노인과 아이들을 위한 육아·보육시설 등 복지타운을 건설하고, 서울시는 주민이 원하는 재개발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주는 것”이 잠실5단지가 내놓은 제3섹터방식의 복지타운 건설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26일에는 주민 재건축 촉진 주민대회를 열고 서울시와 송파구청에 빠른 재건축을 위한 잠실5단지 주민들의 입장을 전했다. 이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민대회에는 1750여명(접수대 등록기준)이 참석하여 재건축에 대한 이들의 뜨거운 열기를 확인시켰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이후 본격화된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출구전략과 일부 속도조절론에 잠실5단지가 어떻게 대응할 지, 빠른 재건축을 위한 잠실5단지 추진위원회의 사업추진 방향에 대해 잠실 재개발조합장 권춘식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주민이 원하는 재건축 빨리 하는게 ‘복지’”

“잠실5단지 주민들이 재건축을 원하고 있습니다. 한 채에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서 녹물이 나오는 수돗물을 마셔야 하고, 월 난방비 70만 원을 지불하고도 추워서 창문에 비닐을 덧대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2월 1일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잠실 재개발조합장 권춘식씨가 건넨 첫 마디다. 그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확정하기로 되어 있었던, 잠실5단지 등에 대한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이 잠정 보류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하는 기자와 나눈 일문 일답.

#. 녹슨 수도관, 겨울철 난방 등 거주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들었다.
“현재 잠실5단지 주민들의 거주환경이 말이 아니다. 수도관이 낡고 녹이 슬어 시뻘건 수돗물이 나온다. 어린 아이들이 아토피에 걸리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겨울철 난방도 최악이다. 월 70만 원 이상의 난방료를 지불하고도 실내 온도가 18도를 넘지 않는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베란다 전체를 비닐로 감싸고 생활하는 가구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는 수도관을 고쳐서 사용하라고 하는데, 수리비용이 재개발비용보다 더 비싸게 든다. 그래서 재개발을 하자는 것이다.”

#. 다른 재건축단지들과 비교해도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가?

“잠실5단지는 1977년에 완공된 아파트다. 현재 강남권 아파트 중 최장수 아파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잠실5단지보다 늦게 지어진 아파트들도 대부분 재개발을 마쳤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1세대로 들어와 사신 분들은 이제 여생이 얼마 남지도 않았다. 재건축을 빨리 성사시켜 주는 것이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 서울시와 얽힌 타래는 어떻게 풀 것인가?

“시장이 바뀐다고 이미 진행 중인 정상적인 사업들까지 손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 30일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주민이 원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잠실5단지 주민의 90%이상이 빠른 재개발을 원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재개발 촉진 주민대회에 참석한 인원이 1750명이다. 외부 토지등소유자를 빼면, 단지 내에 거주하는 소유주 대부분이 참여했다고 보면 된다.”

“서울시의 요구에 부흥하기 위해, 아동정책·가족정책·노인복지정책·장애인정책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스웨덴식 복지모델을 받아들인 ‘박원순식 복지타운’ 계획안도 마련했다.”


‘박원순식 복지타운’ 서울시 정책과 연계

“도시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기존 재개발·재건축 방식으로는 주민갈등 등 도시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선진국의 도시재생 모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잠실 재개발조합장 권춘식씨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잠실5단지만의 재건축 추진방안이 ‘박원순식 복지모델’이다. 추진위·지역사회·종교단체·서울시가 함께 하는 제3섹터방식의 스웨덴식 복지타운 건설 방안이다.

이 외에도 ‘복지기부채납’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나왔다. 잠실역 주변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고, 거기에 육아보육시설과 노인복지시설을 지어 서울시에 기부채납한다는 구상이다. ‘잠실역 복지코너’를 만든다는 것.

#. 본래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해석된 것 같은데, 잠실5단지가 내세우는 제3섹터방식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잠실5단지 주민·지역사회·종교단체·서울시가 함께 참여하는 재건축을 하는 것이다. 또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커뮤니티 기반 공공시설을 대폭 확대하고, 단지 내에 한강과 석촌호수를 잇는 물길을 내 한강을 주민들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공공성과 도시계획의 연계성을 높여, 박원순 시장이 이야기하는 복지와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는 것이다.”

#. 복지기부채납은 어떤 것인가?

“쉽게 이야기해서 재건축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으로 복지타운을 만들어 서울시에 기부채납 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잠실5단지의 재건축추진계획은 30층 이상 아파트 최대 6200가구, 40~50층 주상복합 827가구를 짓는 것이다. 이 중 20%인 1400여 가구는 공공임대주택이다. 다만 주상복합을 지으려면 토지 일부를 상업용지로 ‘종 상향’해야 하는데, 123층 제2롯데월드와 접한 토지 7만6321㎡(전체 면적의 5분의 1)이 이에 적합하다.”

“현재 추진위의 계획은 종상향한 토지의 절반 이상은 공공용도로 내놓고 청년·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센터와 유아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운영경험이 있는 지역사회·종교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비영리 사회단체(공익법인)가 운영을 맡는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복지기부채납이다.”




#. 기부채납하는 복지시설과 지역경제의 활성화 방안을 연계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종 상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잠실지역에는 외부에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향후 123층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그 규모는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외부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 이들 직장인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이들의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육아·보육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지역의 건전한 소비자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잠실역 복지코너는 지역사회의 ‘新성장거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노인을 위한 대책도 세웠다. 아산병원과 연계되는 도로를 개설하고, 노인과 장애인 복지산업을 일으킬 계획이다. 아이와 노인에 대한 배려가 있는 아파트, 요람에서 황혼까지 아파트, 부자와 빈자의 경계가 없는 아파트를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잠실역 근처 일부 지역에 대한 상업지역으로의 종 상향 등 서울시의 협조다.”


‘한강자연성회복’ & 요람에서 황혼까지

한강자연성회복을 위한 방안도 나왔다. 석촌호수에서 한강으로 가는 물길을 터서 잠실5단지 주민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친환경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계획이다. 또 바로 옆 아산병원과 연계한 노인·장애인을 위한 의료복지산업을 일으키는 계획도 있었다. 한국형 가족아파트 모델도 나왔다.

잠실 재개발조합장 권춘식씨는 “아동·노인·장애인을 위한 의료복지산업을 일으키고, 한강자연성회복 축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성장과 친환경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잠실5단지만의 재개발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사업추진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 한강자연성회복 축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한강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다. 잠실5단지 내 토지 일부를 할애해 한강과 석촌호수를 잇는 물길을 터 일대를 시민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공공시설과 물길 설치에 들어가는 토지와 비용을 합하면 서울시가 제안하는 한강변 개발 요건(토지가액의 25.7% 이상 공공기여)을 충족할 수 있다. 서울시도 빠른 시일 안에 잠실 한강변 지구단위계획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마친 뒤 방향을 정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

#. 노인을 위한 실버산업 육성책도 재건축 계획에 포함시켰다고 들었다.

“바로 옆 아산병원과 연계하는 것이다.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복지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다. 보통 복지라고 하면 돈을 들이는 것으로만 이해를 하는데, 우리의 목적은 건강한 노인을 위한 실버산업 창조다.”

“우선 아파트 지하공간에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복지산업 벨트를 조성하는 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들 핵심복지센터와 병원과 연계한 임상적 복지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 한국형 가족아파트 모델은 어떤 것인가?

“노인 2명 이상을 모실 수 있는 한국형 가족아파트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자녀세대와 노인세대를 한 세대에서 분리하고, 노인세대는 의료센터와 연계하는 방안이다. 이것이 한국형 가족아파트다.”
“보편적 복지를 받아들이는 재건축이 잠실5단지가 지향하는 사업모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하는 복지모델과도 상통한다. 박원순식 복지모델을 수용하는 아파트, 시대를 수용하는 아파트가 우리의 목표다.”




“아무리 좋은 모델도 주민 협조가 우선”

잠실5단지는 전임 김우기 재개발조합장 시절 비용에 대한 과다집행, 일방통행 식 사업추진, 주민과의 소통부재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7월 재개발조합장 선거 과정에서도 4명의 재개발조합장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각축을 벌이는 등 화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 지난 1월 26일 있은 재개발 촉진 주민대회에서 보여진 잠실5단지의 모습은 그동안 업계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재개발을 위한 주민들의 열망과, 재개발조합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증명된 것.

잠실 재개발조합장 권춘식씨는 “상하·좌우가 소통하는 재건축이 저의 운영방식”이라며 “연구하고 공부하는 재개발, 시대의 흐름을 수용하는 재개발을 통해 잠실5단지를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재개발사업단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선거 때 압도적 지지를 받기는 했지만,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7월 이후 주민과 소통을 위해 4차례의 주민간담회를 가졌다. 단지 내 방송도 2번 출연하여 재개발사업에 대한 설명을 했다.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한 의견수렴의 과정도 거쳤다. 그리고 정비되지 않았던 재개발조합도 정상화시켰다. 궐위된 재개발조합원을 보충했고, 추진위원 모두 주민에게 봉사하는 정신으로 일하고 있다.”

#. 주민의 협조를 받기 위해서는 종 상향 등 사업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우선 잠실5단지는 전체 대지면적을 세대수로 나눈, 세대 당 평균 대지지분 소유분이 27평이다. 조합원에게는 대지지분이 재건축사업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측면에서 전국 최고의 사업성을 가진 단지다. 박원순식 복지타운 건설을 위해 필요한 기부채납 비율을 다 갖추고서도 충분히 사업이 가능한 현장이다.”
“다만, 일부 종 상향은 반드시 필요하다. 복지타운 건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정적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종 상향을 통해 서울시도 살고, 잠실5단지 주민도 사는 재개발이 될 것이라 믿는다.”

#. 마지막으로 잠실 5단지 재개발조합장으로써 주민과 서울시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잠실5단지 재건축은 서울시와 우리 주민 모두를 위한 사업이다. 서로 소통하고 열린 자세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면, 길이 보인다.”


잠실 5단지 재개발조합장 권춘식씨.

Posted by 홍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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