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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병에 장사없다. 남편 간병하던 아내 자살교사
홍골라
2014. 9. 19. 11:37
함께 숨지려다 남편만 사망…60대 여성 '자살교사' 혐의 입건
신체 일부가 마비되고 치매 증상을 보이던 남편을 십수년간 병간호해온 한 60대 여성이 남편과 함께 숨지려 했으나, 남편만 사망했다.
19일 대전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대덕구 한 아파트 A(61·여)씨의 집에서 A씨 남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죽음은 A씨가 다른 가족들에게 알리면서 경찰에도 신고됐다.
A씨의 남편은 10여 년 전 뇌암으로 수술받고서 신체 중 왼쪽 전신이 마비돼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에겐 치매 증상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경찰은 현장출동 당시 단순 변사 사건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A씨도 경찰에 '남편이 자연사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시신에 일산화탄소 중독 소견이 있는 점, 부검 결과 수면제가 검출된 점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집에 번개탄을 피워 남편과 함께 숨지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일 저녁 A씨는 남편의 용변 처리를 하다 "힘들지 않나. 나도 힘들다"며 함께 숨질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십수년간 남편을 병간호해온 A씨 자신도 크고 작은 병치레를 하면서 몸이 좋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일산화탄소 중독의 원인을 밝히고자 국과수, 가스안전공사, 경찰 과학수사팀이 합동으로 3회에 걸쳐 도시가스 누출 여부를 정밀 감식했으나 문제가 없었다"며 "탐문 수사를 통해 A씨가 인근 마트에서 번개탄을 사는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는 등 사건 개요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씨가) 오랫동안 병간호하다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에서 경찰로서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A씨 역시 사건 이후 건강이 더 안 좋아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자살교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행복전도사 최윤희 부부 동반자살
최윤희(63)씨가 10월 8일 남편과 함께 경기도 일산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의 죽음은 '행복전도사'라는 수식어와 맞지 않게 자살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줬다.
일산 경찰서에 따르면 최윤희씨는 7일 오전 남편과 함께 일산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이후 최윤희씨의 남편은 최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편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최윤희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유서에는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다. 더 이상 입원해 링거 주렁주렁 매달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유서에는 "나는 통증이 너무 심해 견딜 수가 없고 남편은 그런 나를 혼자 보낼 수 없어 동반 떠남을 하게 됐다. 너무 착한 남편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적혀있다.
이특 부친 노부모 숨지게 한 후 자살
16년 전 이혼한 뒤 자녀들과 떨어져 홀로 노부모를 모시고 살아오던 인기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31·본명 박정수)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80대 노부모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아파트에서 이특의 아버지 박모(60) 씨와 할아버지(86), 할머니 천모(80) 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박 씨의 외조카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발견 당시 이특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목이 졸린 채 안방에 나란히 누워 있었고 박 씨는 같은 방 장롱 손잡이에 목을 매 숨져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박 씨가 남긴 유서 등이 발견됨에 따라 박 씨가 부모를 목졸라 살해한 뒤 뒤따라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에는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하늘나라로 갈 테니 잘 살아라’ ‘자식들에게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박 씨는 지난 1998년 이특의 어머니와 이혼한 뒤 자녀들과도 떨어져 홀로 노부모를 모시고 살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이특의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는 남편의 병수발을 들던 이특의 할머니까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아 병상에 누웠으며 합병증으로 치매까지 앓게 됐다. 박 씨는 노부모에게 밥도 직접 떠먹이며 정성껏 수발해왔으나 사업 실패로 억대의 빚을 진 데다 집까지 차압당한 상황에 몰리자 부모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입원 하루 전날 그는 부모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고 등으로 노부모를 혼자 힘으로 돌보기 벅찼던 박 씨가 부모를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며 “가족들에 따르면 박 씨가 평소 우울증도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2년 10월 현역으로 입대해 군 복무 중이던 이특은 비보를 전해듣고 아버지와 조부모의 빈소가 차려진 고대 구로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